Home > 공지사항 > 그대를 위한 촛불이 되리라
사람이 화장실 들어갈 때 마음과 나올 때 마음이 다르다는 것을 40년 넘도록 환자를 보면서 뼈저리게 느꼈다.
내 나이 스물여섯 살 되던 해 여름이었다.
경산에 있는 스물아홉살 나병 환자를 소개받아 치료하게 되었는데 자기 병만 완치시켜주면 땅 다섯 마지기 값은
주겠다고 했다.
계산해보니 이만한 돈이면 산에서 혼자 수행하는데 10년정도 끄떡없을 것 같았다.
걱정없이 수행할 생각에 속으로 콧노래를 부르며 환자를 빨리 완치시켜주겠노라 결심했다.
그리고 환자를 데리고 속리산으로 들어가 허구절터에 움막을 치고 치료를 시작했다.
환자는 몸 전체의 염증으로 인해 눈썹을 비롯해 몸에 있는 털이 다 빠졌고 발의 상처는 3년이 지나도
낫지 않아 고약한 냄새가 났다.
옆에 있기 무척 역겨울 정도여서 인술의 정신이 아니면 누구도 같이 있기 힘든 상태였다.
그러나 나는 한 이불속에서 그와 같이 잠을 자며 응급치료를 해주었다.
필자의 응급치료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1차로 15일동안 물은 마시되 몸에 물을 대지 않는
치료법으로 시작했다.
그러다가 몸이 너무 더럽고 보기가 흉해 3일만에 목욕 좀 시키려고 옷과 양말을 벗기고 보니
발의 상처와 몸의 염증이 깨끗이 치유되어 있는게 아닌가.
그 순간 환자는 너무나 기뻐서 산천에 떠나가라 울음을 터트렸고 나 또한 그 순간의 기쁨과 희열을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그렇게 20일이 지나니 눈썹과 몸에 털기 나기 시작하고 피부가 고와지고 혈색도 좋아져
이제는 어디가도 사람 노릇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이에 집에 돌아가서 내가 시키는 대로 하겠다고 환자가 약속을 하니 귀가를 시켰다.
그리고 며칠 후에 그동안 감사했다는 안부 편지와 함께 1,500원을 송금되었다.
그 순간 사람 마음은 화장실 갔다오면 달라진다는 말이 이런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땅이 꺼지는 듯한 좌절감을 느꼈다.
앞으로 10년동안은 걱정없이 수행할 수 있을 거라는 꿈은 산산조각나고, 허탈한 심정으로 서울로 상경할
수 밖에 없었다.
돈 앞에서 말과 행동이 이렇게 다를 수 밖에는 없는 건지, 그 당시 1,500원이면 서울 올 수 있는 교통비와
5일정도 생활할 수 있는 경비는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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